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경쟁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경쟁은 학벌주의와 학력주의로 나타납니다. 교육경쟁은 오늘날 고학력 현상과 사교육의 강화 문제로 이어져 하나의 사회적 증후군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에 학벌주의와 학력주의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벌주의
학벌주의는 동일선상의 학력이더라도 학교의 종류, 학교명, 전공학과 등의 사회적 위신에 따라 다른 가치가 부여되는 '수평적 학력주의'를 학벌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회에서 능력, 학력, 학벌의 삼자관계가 동등하게 다루어질 경우 그 사회는 자격 혹은 능력 중심의 사회로 이동하는 반면에, 능력보다 학력과 학벌을 중시할 경우에는 모두가 높은 학력을 추구하는 고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학력 중에서도 특정 학교 출신자가 실제적인 능력과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많은 대우와 혜택을 보거나 심지어 권력을 독점하게 될 경우, 학벌주의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구조화시킬 수 있습니다. 학벌은 계급은 아니지만, 일종의 신분제처럼 작동하는 '학벌의식'은 현대판 한국식 신분제도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학력주의
학력주의는 초등, 중등 그리고 고등교육을 받은 기간을 의미하는 수직적 차원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개인의 인간됨과 능력을 단지 학력이 있는가, 없는가의 관점에서 보려는 행동유형으로써, 현재 우리사회에서 널리 보급된 사회적 인식입니다. 학력에 따라 계층이 결정되는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가장 전형적인 학력사회일 것이며, 교육경쟁도 강화될 것입니다. 학력주의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수직적 학력주의 개념으로써 초·중·고·대학·대학원을 졸업했는가의 구분입니다. 고졸자보다 대졸자, 대졸자보다는 대학원 졸업자가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관점입니다. 둘째, 수평적 학력주의 개념으로써 같은 대학교를 나오더라도 어떤 대학교, 어떤 전공이냐에 따라서 사회적 평판이나 명망이 구분되는 관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학력이 중시되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하면 첫째, 학력 이외의 방법으로 지위 향상을 꾀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고 둘째, 직업 취득의 과정에서 학력과 학벌에 따른 영향이 매우 심하다는 점도 이유가 됩니다. 셋째, 임금 정책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이 심하며 넷째, 승진 정책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결혼습관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이 심하다는 점입니다(이종각, 2015)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학력은 우리 사회를 구속하는 중요한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이러한 학력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석태종, 1996) 첫째, 학력의 도구적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일정한 학습결과로서의 학력이 직업적 역할 수행에 유용한 측면을 말합니다. 이 측면은 학력 팽창과 고학력 현상에 대한 기술기능 이론에서 특별히 강조해 온 기능입니다. 둘째, 학력의 질서적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한 번 취득한 학력은 그 사람에게 일정한 자격을 일생동안 보장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학력은 개인에게 특정한 신분을 부여하게 되어 일종의 귀속적 지위를 보장하는 보증서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력이 높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학력이 낮은 사람은 낮은 평가를 받는 기능이 됩니다. 셋째, 학력의 선발적 기능입니다. 도구적 가치와 질서적 가치를 동시에 가진 학력이 서로 경쟁을 하게 될 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력경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기능은 지적 능력을 높이고 지위상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동기유발의 원천이 되는 역할을 말합니다. 따라서 학력이 도구적 가치, 질서적 가치, 선발적 가치를 모두 가질 때 진정한 의미에서 학력주의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교는 자신의 근본적인 내재적인 욕구를 표현하고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외적인 보상, 즉 학점이나 졸업장 취득을 위한 활동 공간이 됩니다. 결국 인성이나 전인 교육이 장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졸업장을 획득하는 데 몰두합니다. 이러한 졸업장 추구 현상은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격하되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졸업장에 표시되어 있는 능력보다 실제 자신의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는 졸업장이 모든 학력의 대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교는 진정한 학력주의의 의미를 상실한 채 졸업장 추구라는 기이한 현상으로 빠져들어 교육의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기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학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사회, 즉 단순한 졸업증서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학력 그 자체가 그 사람의 능력과 업적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력 간의 임금 격차를 대폭 줄여야 하고 학력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이한, 2000).
한국사회의 학력 · 학벌사회의 구조를 제시한 그림입니다(김부태, 2014). 한국사회가 사회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하여, 세계체상의 국가가 학교교육체제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학교교육체제를 통해 학력이 산출되고 이익집단의 네트워크를 통해 학벌이 형성됨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중앙-지방의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력 및 학벌이 사회를 구성하는 지표가 되고, 이에 상응하는 학력 및 학벌주의가 구조화되며, 그 사회적 신념체계의 망을 통해 학력 및 학벌사회의 현상들이 발현된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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