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은 해석에 관한 과학입니다. 어떤 학생이 자기 학급의 규범에 따라 이해하고 행동하려 할 때나 혹인 인류학자가 외국문화의 양식을 이해하려 할 때도 해석학이 사용됩니다. 사회학의 전통에는 막스 베버(M. Weber)의 이해사회학이 해석학과 유사한 사유체계를 일찍부터 형성하였습니다. 따라서 먼저 이해사회학에 대해 간단한 소개부터 하고 해석학, 현상학 그리고 상징적인 상호작용론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이해사회학
베버는 뒤르케임(E. Durkeim)처럼 사회학주의나 사회실재론적이 아니고 사회명목론적입니다. 베버는 국가, 법인, 단체, 관료제와 같은 전체적이고 집단주의적 개념은 오직 인간 행위의 실천에 의한 조직화의 양식과 결과로서만 분석될 수 있다고 논하면서 사회명목론적 관점을 택하였습니다. 따라서 집단보다는 개체를, 전체보다는 부분을, 사회보다는 개인을 중심으로 사회를 분석합니다. 따라서 사회과학의 기본 과제는 인간 주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의미부여 행위의 구조로서 사회를 조명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객관적 법칙이나 사회체제를 이루는 여러 가지 외적 요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서는 의미를 발견할 수 없고, 오직 사회적 행위를 통해서 행위 주체가 행동에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에만 의미의 범주가 발생한다고 하였습니다.
베버의 사회학은 설명과 이해를 결합하고자 합니다. 즉, 자연과학적인 방법인 법칙적 설명과 인문 사회과학적 방법인 이해를 결합합니다. 자연과학은 물리적, 기계적, 인과론적 설명모형에 입각하지, 인문 사회과학은 그런 모형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자연과학적 설명에만 의존한다면, 인간 특유의 특성 및 많은 인간 행위를 이끄는 것들, 즉 우리가 활동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공유된 의미와 이해들이 과학적인 고려에서 제외될 것입니다.
사회적 행위는 역할과 규칙에 따르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런 행위에 기계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행위는 주관적인 동시에 객관적입니다. 사회적 행위는 불확실하다기보다는 항상 개연적입니다. 이처럼 베버는 사회적 행위를 중심으로 사회체제를 분석합니다.
해석학
자연과학적 학문관에 따르면, 학교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기술은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기능론자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리적 자연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행위도 인식할 수 있는 법칙들에 의하여 지배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한 보편적 발견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과학적 설명방식은 객관적 증거에 바탕을 둔 사회적 실재에 대한 보편타당한 기술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해석론자나 현상학자들은 달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석론자들은 이와 같은 자연과학적 사회 인식 모형을 부정하고 해석적 관점으로 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석학자들에 따르면, 설명은 항상 모종의 해석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해석은 다소간의 주관성을 반영합니다.
해석은 개인의 이성과 문화적 규칙이 일차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석학은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행위, 개인의 자율성의 정도, 지역적인 상황의 특수성 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전후 맥락의 관계에 비추어 해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해석, 이해, 그리고 협상과 조정이 필요한 융통성 있는 방식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합니다. '사회적 게임'에 관한 규칙을 배우지 않았다면 결코 사회적 행위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사회과학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 교장과 교직원 간의 관계, 교육부와 전교조의 관계 모두 기계적인 반응이 아니라 이런 사회적 게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석학적 관점의 기본논리는 ① 행위 그 자체에 대한 관찰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② 규칙성에 대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즉,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현상이나 행위가 같음과 다름을 구별하는 데에는 행위자가 사용하는 규칙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합니다. 따라서 상황의 유사성, 동일성에 관한 관찰보다는 구성원들이 가진 공통의 이해 방식을 중심으로 해석해 냅니다. 그리고 행위 자체는 사회적 상황들과 연결되어야 정당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해석학은 모든 현상을 전후 관계라는 맥락, 즉, 그 현상과 관련된 적절한 용어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따라서 사회과학 연구의 주요 과제는 보편법칙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규칙과 의미체계를 규정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해석적 연구를 통해서 찾아내려는 것은 사회의 의미체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떤 해석은 특정 상황의 사실을 설명하는데 다른 해석들보다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현상학
현상학의 영향을 받은 사회과학에서도 해석학과 유사한 과점을 갖고 있습니다. 현상학은 현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의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대상은 의식이 그 대상의 의미를 의식 속에 구성함으로써 비로소 경험되는 것입니다. 현상학에서는 대상의 실제 특성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의 현상'으로서의 대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상학에서는 과학적·실증주의적 세계관, 즉 독립적 존재로서의 객관적인 외부 세계가 있으며, 이는 미리 만들어진 대상으로 법칙적 설명이 가능한 세계라는 가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상학에서는 현실이 주어진 세계로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구성된 세계라고 보는 입장에서 의미의 본질을 탐구하려 하며, 흔히 믿고 있는 상식의 세계를 흔들어 재음미해 보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상학적 접근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특히 타인이 지각하고 있는 인식 범주에 집중합니다.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행위자는 상호적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범주 틀을 구성하게 됩니다. 교사는 학생의 행동을 '지혜로운 행동'이다 또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해석하는 일에 직면하게 됩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그러한 사실 판단이나 가치판단의 과정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수학습의 관점에서 지혜로움이라든지, 어리석음과 같은 언어는 평가적 언어입니다. 그러나 그 언어가 함의하고 있는 의미를 현상학적 시각에서 검토하고 논증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행위자가 취할 수 있는 상황정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
개인은 세계의 창조자이면서 동시에 그 세계의 산물입니다. 미드(G. H. mead)의 사회적 행동주의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학파로 발전되었습니다. 의사소통과 언어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기본적인 두 개념입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다음의 기본전제를 지닌 사회적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① 인간은 세계에 대해 그들이 지니는 의미에 근거하여 행동한다. ② 이러한 의미는 인간 사회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③ 이러한 의미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행하여지는 해석적 과정을 통해 수정되고 조정된다.
해석적 입장의 주요 이론의 하나인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개인의 자아의식 형성은 사회에서의 상호작용의결과이며, 각 개인은 일상생활서의 다양한 상황에서 접하는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된다. ② 우리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의미를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주어진 의미를 중심으로 우리의 생활을 조직하게 된다. ③ 사회관계는 상호작용 관계에 있는 쌍방이 각각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예견하고, 상호 용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황을 정의하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행동의 한계를 설정해 준다.
④ 사회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관계로 봄으로써 사회를 정태적인, 불변하는 구조적 측면을 중시하는 기능주의 이론과는 달리, 사회의 과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행위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상황에 관여함이 없이 논의되는 개별 행위자에 초점을 둡니다. 따라서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주된 제한점은 행위의 광범한 구조적 배경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이론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계에 대한 개별적인 행위자의 인식과 그 세계를 포괄하는 구조적 제약요인들에 대한 인식, 이 양자를 접합하여 경험적 연구로 설명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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