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각기 다른 세 가지 맥락에서 일합니다. 첫째, 대외적인 차원에서 교육전문가로서의 견해를 표현하는 입장을 가집니다. 학교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둘째,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하여 임금을 받는 정신노동자의 입장이 있습니다. 그들은 교무실에서 상여금이나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 교사들과 나눕니다. 셋째, 교사는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통제합니다. 교실이라는 맥락 속에 포함되어 일하는 존재입니다. 교사라는 일의 성격은 세 가지 맥락을 모두 포괄한 상태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일면만을 가지고 논의될 수 없는 것이 교사의 복합적인 성격을 말해줍니다. 여기에서는 교직의 이중성과 한국에서의 교직과 교사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직의 이중성
모든 직업이 다 그러하지만 교직은 다면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교직은 성직인가, 전문직인가 아니면 노동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성직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은 교사란 소명으로 부여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에 전문직으로 보는 관점은 교사는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인격체인 학생을 다루고 있으며, 이들의 전인적인 발달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전문직이란 장기간의 교육훈련을 통하여 습득된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높은 직업윤리를 가지고 자율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봉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으로 말미암아 전문직에 높은 수익과 명성 그리고 존경과 권력을 주는 것입니다.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교사 역시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간주합니다. 교직도 장기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지적 기술을 습득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봉사 기능을 수행하는 직업이면서, 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명백한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직업입니다. 교사를 전문직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라는 영역을 중요하게 보아야 합니다. 노동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교사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학교설립자에 의해 고용된 임금노동자입니다. 교사의 노동도 사용자의 지배와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종속 노동이라는 것입니다. 그 역할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전달을 통해서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를 재생산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자본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종속 노동은 경제적 종속과 인격적 종속 모두를 의미합니다. 경제적 종속은 타인에게 고용되지 않고서는 자기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조건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자기 노동력의 처분을 맡긴 노동자는 사용자의 지휘 아래 있게 되는데, 이 노동력은 개개인 인격과 분리해서 제공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인격 또한 종속됩니다. 이것은 노동계약에 의해 자기 노동력을 사용자에게 양도함으로써 노동과정에서 자기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신체 및 인격에 대한 부분까지도 사용자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자인가의 판단 여부는 경제적 종속과 인격적 종속이 존재하는 것인가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지, 노동이 전문성을 지니는가 아닌가 그리고 가르치는 일인가 물건을 만드는 일인가 등은 중요한 준거가 아닙니다. 노동관계에서 볼 때 교사는 노동자임이 분명합니다(정영애, 1998).
교직은 전문직과 노동직의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사 노동은 전문직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교사의 고용구조는 노동직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교직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교육내용, 교육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사가 점차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과정의 표준화입니다. 교육과정의 내용이 표준화되면서 목표의 진술, 필요한 모든 교육과정의 내용과 자료, 구체적인 교사 활동 및 적절한 학생 반응, 체제별 진단검사 및 성취도 검사 등이 모든 교육과정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기업화한 교육산업에서 개발한 포장된 교육과정 자료에 더하여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이때 교사는 단지 이미 선택된 교육자료를 배분하고, 미리 작성된 시험문제에 의해 시험을 보게 하며, 그 결과를 해답과 대조하여 성적처리를 수행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사는 아동을 돌보는 사람이나 서류를 철하는 사무원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입니다. 교사는 또한 정해진 활동을 수행하는 대가로 정해진 보수를 받도록 계획되고, 교사 자신이 학생을 선발할 수 없으며, 직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교사 스스로 노동과정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전문직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것이 현실이고, 노동직의 성격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교직과 교사
대중교육의 출현 이후 교직을 성직으로 보는 관점으로부터 전문직으로 보는 관점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1960년 교원노조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결성을 계기로 교직을 노동직으로 보는 관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후 교직을 전문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노동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교직의 성격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 논쟁의 주체는 교육부와 전교조였습니다. 교육부는 교직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이므로 전문직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전교조는 국가와 자본이 교사를 절대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교사 노동이 임금노동자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직은 노동직이라는 것입니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직을 노동직으로 보는 관점은 근로기준법 제16조에서 '이 법에서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라는 규정에 기초하여 보더라도 정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전교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교직을 전문직으로만 간주하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교직을 전문직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결정, 즉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두 가지 영역에서만큼은 문외한인 대중이나 행정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냐야 합니다. 교육내용과 방법은 교사의 전문성을 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면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결정인 교육내용과 방법의 선택에서 교사는 배제되어 있습니다. 주어진 교과서 이외의 교육내용은 다루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는 학교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조차도 일반교사가 참여할 수 없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교사는 단지 주어진 교육내용을 주어진 틀 속에서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더욱이 입시 위주의 교육은 이를 더 강화고 있습니다. 교사는 파편화된 지식을 단순히 암기시키기 위하여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 현실입니다. 최근에 교사들에게 적용되는 성과급 제도를 보더라도 교사의 노동자적 성격이 강화되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과급 도입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생산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생산물을 만드는 교환관계에 놓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마치 단순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통제와 매우 유사한 통제가 교사에게도 가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직을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교직은 전문직과 노동직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모순된 이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사 노동의 전문성의 약화와 함께 점차 노동직의 성격이 강화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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