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의 팽창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나타난 세계적 공통현상이기는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의 추종도 불허할 정도로 무섭게 모든 단계의 학교 인구가 급증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에 교육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합하면 1,000만 명에 가까운 학생 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높은 교육열, 중학교 무시험 진학, 고교평준화 정책, 대학정원 확대 정책, 산업화, 사학진흥 정책, 국민통합, 남북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초등학교는 1970년대에 완전 취학이 이루어졌으며, 중학교는 1980년대, 고등학교는 2000년대에 이루어졌습니다. 학교교육 규모의 확대는 국민들의 학력상승을 가져왔으며, 이제 현재의 대학생 세대들은 '평균학력 대졸'시대가 된 것입니다(장재천, 2018).
학교 및 대학교육 팽창에 있어서 한국의 이와 같은 특수성은 교육팽창의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다른 나라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을 둘러싼 사회·역사적 맥락은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며,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우리의 민족교육을 실시하려는 국가적 요구와 제한되었던 교육을 자유롭게 받으려는 국민의 요구가 어우러져 학교의 설립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국가의 건설을 위하여 정치적 이념의 통합이 필요해졌고, 그에 따라 국민 교육을 광범위하고 실시하게 된 것도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김신일, 1999).
강순원(1988)은 1968년의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과 같은 중등교육 기회 확대 정책은 수출주도형 공업화 추진 과정에서 요구되는 막대한 노동력의 수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윤정일(1991)은 한국대학이 급격한 팽창 요인으로서는 경제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의 수요 증가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압력이 증대했고, 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고등교육의 적극적인 확대 정책이 실현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교육은 가장 확실한 계층 상승의 통로가 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고학력 획득을 통해 계층 상승을 도모하는 국민의 교육기회 확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학교가 계속 확장되어 왔습니다. 교육기회의 대폭적 확대를 가져온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 고교 평준화 정책, 7.30 교육개혁 조치는 입시제도와 관련된 제반 병폐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표방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육소비자들의 교육기회 확대 요구를 수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취학률은 2007년 82.8%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면서 2017년 약 69%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대학교육이 과거의 정예주의적 고급 전문 교육에서 대중주의적 일반 교육으로 바뀌고, 고급 전문교육은 대학원이 담당하는 새로운 체계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들도 대학원 중심의 연구(학문)중심대학, 연구 및 교육병행 대학, 학부중심의 교육(직업)중심대학 등의 스타일로 특화 및 유형화되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고등교육 취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곧바로 정규학위중심대학에 진학하는 청년인구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장재천, 2018). 이에 비해 미국은 대학의 계속 교육의 확대와 시간제 학생의 증가로 성인고등교육인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더욱이 미국은 산업체 현장의 직업기술 훈련이 중심을 이루는 성인교육 성격의 고등교육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질적으로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김신일,1999).
특히 학교가 팽창할 때 국가의 재정이 빈약하여 국민의 교육 기회 확대 요구와 학력경쟁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사립학교 진흥정책을 썼기 때문에, 2017년 기준으로 보면 유치원이 50%, 초등학교가 1%, 중학교가 23%, 고등학교가 약 45%, 전문대학이 90%, 4년제 대학이 약 85% 정도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가운데 사립대학이 유난히 많은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과 학교경영 재원을 주로 등록금을 통해 충당하다보니 정원 확대가 뒤따르게 되어 학생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입니다(장재천, 2018).
여기서 교육비의 수익자 부담과 사학에 의존한 학교팽창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학력사회가 부추기는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육열과 수익자 부담 및 사학에의 의존은 등은 상보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이런 함수관계에다가 정부가 교육의 질적 관리를 포기하고 양적 생산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학교교육이 더욱 확대된 것입니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관리를 못하게 된 것은 각 집단의 이해관계, 즉 학교경영자의 무리한 증원 요구, 산업체의 기술인력 공급 요구, 학부모들의 고학력 획득 욕심 등이 끊임없이 관철된 결과입니다. 더욱이 농촌현장에서의 영농기술 교육, 공장에서의 기술훈련, 기업체들의 각종 연수 교육, 그 밖의 다양한 사회교육들이 학력으로 전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모든 국민들은 학교와 대학이 수여하는 졸업장을 얻기 위하여 오로지 학교로 몰려든 것입니다. 사회는 학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회사에서는 학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고용하고 승진시키며, 승급을 관행으로 삼았기 때문에 학력 간 임금격차는 벌어지고 학력경쟁은 심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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